오래간만에 해보는 동양풍 퓨전 판타지겜.
주무대가 되는 월하국이 중국풍 배경이라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왔음. 고유명사도 많고, 중국 음식도 한자로 많이 나오고 (饅頭, 만두라던지) 음양오행 관련한 주술적인 단어들이 특히 어려웠음. 엥간한 시대물보다 일본어 어려운 편 아닌가 싶었다.
성수(기린, 봉황같은)와 흉수, 신선이 소재라서 그런지 신비롭고 반짝거리는 그림체가 좋았음. 사실 흉수는 제베네라 루트에서만 나오고 인간들 때매 고생하는 게 더 많은 듯... 특히 마츠리카 마을 사람들이 제일 싫었음. 왜 요즘 잡는 오토메게임마다 마을 사람들 다 죽이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ㅜ
플탐은 40시간대인 걸 보면 평균적인 분량인 듯? 스토리가 훌륭한 것은 아닌데 떡밥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쁘지 않았음. 공략캐들이 다 진상에 차지하는 비중이 있고 각기 다른 역할이 있는데 똑 복잡한 스토리도 아니어서 좋았다.
그래도 역시 페이가 진히어로라서 그런지 페이 쪽에 절절한 스토리는 다 몰려 있다ㅎㅎ...
엔딩은 해피, 노말, 배드 1개씩 있고 다 CG도 있고 공들인 엔딩으로 보임. 선택지 스킵 기능이 속도가 빨라서 엔딩 회수할 때 쾌적했다.
해피엔딩도 후일담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 뭔가 마지막에 둘이 키스하면서 끝났으면 그 이후의 행복한 생활이 조금은 그려지면 좋겠는데 바로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오니까 "엥? 이렇게 끝인가?" 싶더라.
공략 순서는 루오 -> 제베네라 -> 세이린 -> 엔라이 -> 히든캐 -> 페이 순으로 진행했고 이 순서로 하는 게 좋은 것 같음.
히든캐는 1명이라도 공략하면 해금이 되는데 엔라이까지 깨야 스토리가 스무스하게 이해될 듯 하다. 엔라이는 앞의 3명 깨야 해금되고 페이는 마지막에 하는 게 맞고...
나는 페이 루트가 좋았고 캐릭터로서도 페이가 제일 좋은데 제일 재밌게 한 루트를 꼽으라면 제베네라 루트였던 것 같다. 그 설산의 분위기가 좋았고, 다른 루트는 얄미운 녀석들 한두명쯤은 나오는데 제베네라 루트는 서브캐들이 다 좋았음. 악역도 아예 인외다 보니까 별 생각 안들더라.
페이 루트는 엔딩이 좀 허무했고, 엔라이는 다 좋은데 후반부가 늘어지는 느낌이... 그래도 엔라이는 캐릭터성 하나로 꽤나 호감이었음. 내 개인적인 캐릭터별 종합적인 호감도는 페이 > 엔라이 > 제베네라 > (나머지) 가 아닐까 싶다.
여주 고향인 마츠리카 마을은 외부와의 접촉이 없는 아주 폐쇄적인 마을이라 그런지 규칙을 깬 자에 대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게 넘 매정하고 실망스러웠음... 원래 이런 마을은 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 지금까지 함께한 정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대화 정도는 해볼 수도 있는 건데 그렇게 바로 여주 죽일 듯이 굴 수가 있는 건지 참...ㅜ
근데 이런 마을에 돌아가려는 여주도 이해가 안 가고 이래저래 좀 답답하더라. 그래도 여주 이쁘고 오드아이라 내 취향이긴 했지만.
캐릭터별 감상
루트 스포 O
루오
루오 스토리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남.
오토메겜 공략캐면서 여주를 팔아 넘길 수가 있지... 역시 장사꾼은 믿으면 안 됐는데 ㅅㅂ
차라리 루오가 아예 뼛속까지 쓰레기였으면 오히려 매력이었을 텐데, 자기 딴에는 나름 복수하는 것보다 부잣집에 시집가는 게 행복할 거라고 지멋대로 판단한 점이 어이가 없음.
나였으면 손절각인데 여주도 크게 화내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같이 여행다니다 보니까 어물쩡 화해는 된건지 둘이 거의 사귀고 있음. 근데 나는 이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빨간머리한테 PTSD라도 있는 건지 빨간머리만 나타나면 소리만 지르느라 여주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실망스러웠음.
근데 무엇보다 충격스러웠던 건 루오의 과거와 관련한 내용이었음. 아무리 어리고 충격을 받았다고 해도, 부모님이 눈앞에서 살해당하고 부모님의 유품을 직접 해변에 묻기까지 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기억 리셋하고 원수한테 세뇌당했다는 게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음.
내가 생각하는 루오라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루오 루트를 깨면서 많이 붕괴됨. 성우 연기는 괜찮았다. 그저 스토리가...
제베네라
제베네라는 플레이 전부터 제일 기대했던 관심캐였음. 얘때매 이겜 샀을 정도 ㅋㅋ
만나자 마자 "너 내 신부가 돼라..." 라고 말하는 점이 너무 남자답고 멋있었 보였다. 정확히는 신부(하나요메)도 아니고 짝(츠가이)이라고 말함. 누가 늑대 아니랄까봐 ㅋㅋㅋ
앞에 루오 루트 할때는 그저 답답했는데 제베네라 루트는 시원시원하더라. 마을에서 쫓겨나서 백랑족으로 거점 옮기자마자 결혼식 올리고 잠자리 가지고 근데 그 잠자리도 사람의 방식이 아니라 늑대의 방식이라는 게 넘 웃겼음ㅋㅋ
마츠리카 마을에서도 몰매 맞고 월하국에서도 형안이라 기피 대상인데 백랑족은 여주를 너무 소중하게 여겨줘서 포근한 느낌이 좋았음.
어디서는 더러운 피라고 하고 어디서는 괴물이라고 하는데 제베네라는 여주보고 고귀한 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는 게 감동...
제베네라 루트 하면서 이런 짧은 은발머리가 내 취향이라는 걸 깨달음. 힘도 세고 싸움도 잘하고 늑대같고 그런데 여주한테는 푹 빠져서 매달리니까 너무 귀엽더라.
근데 바이쿤이 진짜 너무함... 너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신선이었니? 백랑족이면 니 자식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백랑족이 그저 형안을 지키기 위해 있을 뿐이고 용건 끝났으니까 응 사라져~ 라는 스탠스인 게 넘 매정한 것 같았다. 후엔도 마츠리카족한테 그런 대우를 하지는 않았다고.
해피엔딩을 봤는데도 백랑족의 미래가 걱정돼서 찝찝함만 남았다. 차라리 노말엔딩인 사막엔딩이 더 밝게 느껴졌을 정도임. 거기선 그래도 사막 번영시켜서 잘 살 거 같으니까... 근데 해피엔딩은 이제 남은 애들은 어떡하나 싶음. 해피엔딩 후일담이 시급함...
세이린
타치바나 신노스케 아조시의 미성은 여전히 건재했다. 목소리가 너무 이쁘신 듯.
왕의 하나뿐인 아들, 유일한 왕위 계승자라는 포지션이면서도 왕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어떤 가문도 딸을 시집보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보다 평화로운...? 루트였던 듯.
뭔가 왕자랑 친하게 지내면 음모에 휘말린다던지 암살 위협받던지 그럴 것 같은데 이 루트에서는 세이린이 암살 위협을 받을지언정 여주는 거의 신선 취급이었음.
물론 궁중 노래사로서의 일의 내용이 쇼킹하긴 했지만... 여주가 거기서 몇시간이고 노래를 부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햇슴.
세이린 루트는 CG가 다 이뻤다. 선향도 세이린 루트에서만 나오지 않나... 배경이 이쁜데 별로 안나와서 아쉬웠음.
엔라이
난 엔라이가 여주 내려다 볼 때 그 표정이 넘 좋더라. 굉장히 여주 무시하는 듯한 태도인데도 제일 많이 챙겨줌ㅋㅋㅋ
이게 현대물이었다면 혐관에서부터 발전하는 사랑이었겠지만, 신분 차이때문에 여주가 개길 수가 없어서 아쉽 ㅠ 그래도 앙칼진 고양이 집사가 된 것 같아서 흐뭇했다.
빌런인 동생도 허당끼 가득해서 난 마냥 밉지는 않고 철부지 남동생처럼 보였음.
나는 해피엔딩도 배 드엔딩도 엔라이 루트가 제일 좋았던 것 같음.
해피엔딩은 케이세이 부활하고 엔라이가 왕되는 건데 사실상 설월화국으로 바뀌는 거나 다름없는 것 같아서 좋고, 배드엔딩은 피폐 느낌나는 매운맛 엔딩이라 좋았음. 배드엔딩에서는 여주가 진짜 아팠을 듯... 넘 불쌍하더라 여주.
근데 레이큐는 케이세이 부활하면 케이세이한테 가서 죽여달라고 하면 되는데 왜 방해하는지~~~? 어차피 뿔 갖고갔으니 죽었으려나 레이큐도.
쇼츠도ㅜㅜ 아니 우리는 케이세이 부활시키려고 힘쓴건데 인간 주제에 힘 많이 쓴다고 꼽주던 게 좀 너무했음. 잊지 못한다...
참 성우가 오란소와 히무카 성우분이시던데 같은 분인지 몰랐음. 히무카 목소리는 되게 귀염귀염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연기 잘하셔서 놀랐다.
히든캐
카르마 루트는 노잼이어서 대충 스킵때려서 할말이 없다...
일단 말을 잘 못해서 답답했고 뭔가 애보는 느낌이라 내취향이 아니었음. 인간으로 변신한 후에는 그나마 재밌게 했던 듯.
레이큐가 좀 미화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던 듯... 나쁜년인데...
아니 근데 얘 루트에서 페이가 나야한테 자기 애 낳아달라고 하는 거 넘 심했다고 생각했음... 페이 루트 하고 나서도 이 생각은 변하질 않음.
페이
첫인상만 보고는 솔직히 좀 취향 아니었는데 루트 진입하고 보니까 생각보다 돌직구 남이었더라. 그리고 나야가 위험함 + 자기 수명 얼마 안남음 때문에 페이도 뒤가 없다. 선키스 후고백 날리고 진도가 빨리 나감.
근데 일찍 죽어버려서ㅜㅜ 페이 죽고 페이의 환생? 아니 페이 일족을 만들어낸 먼 선조?가 페이 몸으로 돌아와서 되살아나는데 얼굴도 바뀌고 함. 이부분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데 나는 페이도 후엔도 마음에 들어서 괜찮았음. 페이랑 후엔을 둘 다 품을 수 있어야 페이 루트를 재밌게 할 수 있을 듯.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지금까지 모든 족장이 후엔의 분체이고 그 기억을 계승했다면 아게도 오지상도 후엔 안에 들어있는 거 아닌가 하는 점...?ㅋㅋㅋ
후엔 잘생기고 능력 쩔어서 좋긴 한데 그 감정없는 목소리톤은 살짝 불호였음. 그리고 후엔 레이큐를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레이큐가 좀 불쌍했음ㅋㅋ
난 후엔이 페이인 것보다는 여주가 나야랑 쿠쟈크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게 더 불호였다.
그리고 해피엔딩에서 케이세이 급발진 뭐임?? 너무 어이없잖아... 나야도 좀 사랑해 주면 안 되나 자꾸 쿠쟈크 쿠쟈크 거리니까 싫었음.
올클하고 나니까 나야는 역시 페이랑 이어지는 게 정배라는 생각만 든다. 나야가 다른캐랑 이어져 버리면 페이가 길어봐야 결국 1~2년 뒤에는 죽을 것 같은데 그럼 후엔이 부활할 거고, 그럼 후엔이 나야 찾아와서 나야가 쿠쟈크로서의 기억 찾아버리면 어케 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좀 찝찝함이 남음.
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브금이 좋은데 가끔 브금이 뚝 끊김. 버그는 아니고 원래 사운드가 없는 파트같은데 좋은 브금 나오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니까 허전했음.
그리고 모처럼 판타지니까 좀 더 성수나 흉수 관련해서 스토리가 진행됐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인간들 사이의 정치질이 더 주를 이루는 것 같다는 점? 그래서 존재 자체가 판타지인 페이루트가 더 좋았던 것 같음 나는...
그래도 흔치않은 소재고 화풍이 좋았음. 원래 이런 반짝거리는 거 안 좋아하는데... 세계관이랑 잘 어울려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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